정의철의 껍딱/Kkup Ddak(outer shell)-2007전
일시 ; 2007, 3, 16 금 - 3, 25 일
장소 ; 대안공간 눈 1 전시실(031-244-4519)
작가와의 만남 ; 2007, 3, 17 토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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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문>

정의철 - 껍딱 Kkup Ddak(outer shell) -영문보기(English)

                                        박영택(미술평론, 경기대교수)


 한반도에서 발견된 최초의 이미지의 하나로 조개껍질로 만든 일종의 가면(조개가면, 신석기 시대, 부산 동삼동 출토)이 있다. 바닷가에서 살던 선사시대인들이 조개를 먹고 나서는 껍질을 한군데 버려둔 곳을 이른바 패총이라고 한다. 패총 주변에서 발견된 그 가면은 조개껍질에 구멍을 내서 눈과 입의 형상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조개껍질에 구멍을 뚫어서 2개의 눈과 입을 표현한 일종의 탈이다. 탈은 자신을 부정하고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신으로 변신하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샤만적인 의례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것이라고는 그저 돌과 같은 날카롭고 단단한 도구로 조개껍질을 조심스레 두들겨 마치 뜯어내듯이 구멍을 낸 것 뿐이다. 볼수록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형상과 매우 유사하다. 누구였을까? 먹고 난 조개껍질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던 이는? 그가 바로 최초의 미술가는 아니었을까? 다른 이들은 먹고 버리는, 그저 조개껍질에 불과한 대상을 통해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대상을 연상하는 일은 이상한 눈과 마음의 소유자만이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뾰족하고 호기심 많으며 보았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는 눈이 비로소 미술을 가능케 한 눈이라는 생각이다.

대전에 있는 정의철의 작업실에서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순간 그 가면을 떠올렸다. 제목은 한결같이 ‘껍딱’이었는데 이는 얼굴, 껍데기의 사투리라고 한다.(혹 깝대기는 아닐까?)

 캔버스 천에다 페인트를 붓고 형태는 우드락이나 본드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그 위에 테레핀을 발라 뭉갠 이후에 린시드를 첨가해 피부색을 냈다. 그리고 그 위에 검정색 물감(유화, 아크릴, 매직 먹물, 잉크, 매니큐어 등이 다양하게 사용된다)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나간 후 사포로 갈아내는 등 다소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을 통해 독특한 질감과 형상을 지닌 가면, 얼굴이 완성된다. 일종의 변형캔버스로서 얼굴 형상이 그대로 화면의 윤곽선이 되어서 마치 얼굴 자체가 매달려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얼굴을 그렸다기보다는 성형한 느낌, 그러니까 만들고 닦아내고 문질러대면서 공격성의 쾌감 내지는 가혹함의 카타르시스도 보이고 의도적으로 변질시켜 왜곡과 변형태를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들은 일종이 자기정화나 치유의 과정과 연관된다는 생각이다.

 눈과 입만이 괭하게 드러나거나 얼굴의 모습이 온전치 못하게 일그러지며 이목구비가 조금씩 상실되며 변질되는 그런 상황성을 드러낸다. 색감과 질감 처리는 금속성이나 보철에 의존한 형국, 혹은 천이나 붕대에 감긴 듯한 얼굴을 보여준다. 무슨 화석이나 나무껍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얼굴은 복잡하고 기이하다. 동시에 이 얼굴의 형상과 그로인한 주제전달 못지않게 작가는 물질적 체험 또한 적극 강조하고 있다.  


 그 얼굴은 무척 묘하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고 희화적인가 하면 어떤 것은 무섭고 흉측하고 낯설다. 동일한 감정이나 느낌 대신에 복합 적이고 상반된 감정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얼굴이다. 사실 인간의 얼굴은 지구상의 현존하는 인구의 수보다 더 많다. 개인들마다 몇 개씩의 얼굴을 지니고 있기에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더럭 낯익은 누군가의 얼굴에서 미처 보지 못한 또 다른 얼굴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얼굴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사실 얼굴이 전부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얼굴만을 절대적으로 평가하면서, 오독하면서 산다. 어쩔 수없이 얼굴이 한 개인의 모든 것을 대신한다. 그런가하면 얼굴은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대체된다. 얼굴은 고정되거나 불변한다고 말할 수 없다. 누군가의 얼굴은 미지의 세계다. 한 사람에 대한 정보는 전적으로 그 얼굴이 우선한다. 그 세계는 너무 낯설다가도 이내 친숙해진다. 우리가 누군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 망막이 그 얼굴들을 기억하고 머리 속에 각인한다. 그러나 그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미해지고 눈과 코와 입술이 모두 지워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끝내 소멸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그/그녀의 얼굴은 하나이면서 동시에 무수한 얼굴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 역시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조차 알지 못하는 나의 얼굴, 오로지 타인들의 눈에 걸려드는 얼굴 말이다. 그럴 때는 무척 낭패스럽다. 그런가하면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은 보여 지는 얼굴뿐이지만 정작 그것으로는 타인을 알지 못한다. 반면 그 얼굴은 한 개인이 지내온 모든 시간의 과정과 마음의 굴곡, 정신의 주름 들을 감출 수 없이 보여주는 편이다. 우리는 매번 누군가의 얼굴을 보며 산다. 얼굴을 피할 도리가 없다. 이 세상에는 그 얼굴을 보는 무수한 관점과 시선들이 있다. 착해 보이기도 하고 악해 보이기도 하는 얼굴, 잘생기고 못생긴 얼굴, 젊거나 늙은 얼굴, 환한 피부와 곰보자국이나 여드름 혹은 상처가 난 얼굴, 매끈한 피부와 화상을 입은 얼굴, 큰 얼굴과 작은 얼굴도 있다. 얼굴은 단일하지 않다. 타고난 한 개인의 얼굴도 수시로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 변형되고 성형된다.


 정의철의 이 가면/얼굴은 그런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표정을 담고 있다. 커다란 얼굴 하나만 단독으로 설정된 화면은 오로지 그 얼굴의 전면을 보게 한다. 그의 얼굴은 화면 전체를 잠식하고 있는 쭈글쭈글한 질감과 불분명한 형상, 낯선 색감 등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좀더 지켜보면 그 가면은 익살스럽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가면들은 울다가 웃기를 반복한다. 그 얼굴을 보는 내 눈과 마음도 따라서 마냥 감정들은 부침한다.

나는 정의철의 그림을 보다가 문득 그의 얼굴을 보고 눈을 보았다. 한 쪽 눈이 이상하다. 작가는 말한다. 사고로 한 쪽 눈을 실명했단다. 그림 그리는 이에게 눈 한 쪽의 부재는 모든 것의 상실이다. 본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시선을 빼앗는 것, 시선이 부재한 것을 죽음이라고 일컬었다. 그들에게 살아있다는 것은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만든 이 가면들은 일종의 자화상인 셈이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한 쪽 눈을 보고 우스워하기도 하고 무서워도 한 그 반응을 껍딱시리즈로 재현했다는 생각이다.

“껍딱의 얼굴들에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생각의 차이다. 즉, 우스운 생각으로 보면 웃기고 무서운 생각으로 보면 무섭다는 것이다...내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웃음과 무서움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껍딱은 이 양자를 포용한다.”(작가노트)

자신의 얼굴과 그 얼굴에 대한 세상의 반응에서 출발해서 본다는 것과 인식의 문제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불교적 사유로 나아가는 인식의 도정을 새삼스레 만난다. 그는 얼굴 하나를 들고 와서 우리에게 이게 어떻게 보이냐고 묻는다.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인다. 본다는 것은 의심이 많고 불확실하며 조바심을 내는 그 눈의 속성과 한계로부터 시작한다. 이 껍딱은 그러니까 보는 문제와 눈의 한계와 그 한계에서 살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 유머스러운 조롱이며 그에 대한 따가운 일침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 편견으로부터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화가란 존재는 그 편견을 부단히 해체하고 불식시키는 자들인지도 모르겠다. 정의철은 자신이 자화상을 닮은 가면/얼굴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 얼굴이 어떻게 보이느냐고 묻고 결국 본다는 것 역시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는 아닐까 하는 화두 하나를 던져준다. 나는 그 화두가 무척 흥미롭다.   

 

 








<작가 경력>


정 의 철(鄭義澈)  JEONG EUI CHEOL

 

본 전시는 대안공간 눈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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