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경 홍수 개인전
일시 ; 2007, 5, 29 화 - 6, 7목
장소 ; 대안공간 눈 1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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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노트

 하늘, 바람, 공기(空氣), 물, 땅, 사람, 소, 나무.....................

물리적 세계에서 물체와 물체가 부딪치면 소리가 난다. 그러나 바람은 소리가 없다. 소리가 없다고 해서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바람도 갖가지의 모양새와 그 역할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수 만년 동안 바람을, 그 느낌을 피부로 감지하여 일을 시작하고 또 일을 끝마쳤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머리에 축적된 얄팍한 지식을 활용해 의도대로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식이 아니라 대기의 커다란 흐름에 이끌려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바람도 과학적인 법칙과 현상이 있을 것이다. 봄바람의 살랑임과 겨울의 칼바람은 그 모양새도 분명 다를 것이다. 하물며 보이지도 않는 바람을 그려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무엇을 깎는다는 것은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버리는 일이지만 나의 작업은 오히려 주제가 되는 깎음이다. 목판을 갉아내고, 쪼고, 파내어 대기의 흐름들을 일순간으로 정지시켜 놓았다. 보는이 눈으로 시작버튼을 눌러야 그 흐름이 일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림이 없는 배경엔 숨 쉬는 바람결이 있다. 대기(大氣)의 얼굴과 표정, 땅의 고운 생채기, 바람에 일렁이는 물의 출렁거림들이 하나둘 보이기를 기대한다. 

2007년 4월 작가 경홍수

 


꾸물대는 하늘 / 26×35cm / Acrylic. engrave Wood


바람과 흙 / 35×13cm / Acrylic, engrave /  Wood


바람 무늬 / 26×35cm / Acrylic, engrave / Wood


 써래질 / 35×20cm / Acrylic, engrave / Wood

<서 문>

그의 목판그림에서는 다락논들이 표표(飄飄)하게 바람처럼 흘러간다.


그의 프린트는 시쳇말로 쿨(cool)하다고 할 정도로 절제되어 있다. 통속적인 색감으로 치장하지도, 호들갑스럽게 과장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에서 그의 목판그림은 반(反)키치(Kitch)적이다. 담박할 정도로 차분하게 그는 ‘흙’과 바람을 새긴다.

  중국 위안칭루(袁庚祿)의 판화는 양떼 옆에서 멀리 벌판을 응시하는 소수민족 여인의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노마드(Nomad)로서의 삶에 대한 원초적인 향수가 여인의 초점 없는 눈빛과 대비되어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경홍수의 시선은 아스라한 지평선에 놓여 있지 않다. 그의 렌즈는 인간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디지털로 중무장한 세상에서 그는 알몸으로‘바람’처럼 빠져나와 ‘흙’으로 향한다. ‘흙’은 도시 유목민들을 포용하는 정주성(定住性)의 공간으로서 생명을 빚고, 보듬어 키워내고, 남루한 육신까지 거두는 모성을 지닌다. 다락논으로 표현된 '흙‘의 한복판에서 그는 문득 바람 물결을 헤치고 연어처럼 회귀하는 몸짓을 보인다.

  그의 목판그림에는 바람이 분다. 아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바람의 무늬가 그의 판화 위에서 새겨질 듯 잔잔히 흘러간다. 바람 무늬는 시골 장터 손수 뜯어온 나물을 소담하게 쌓아놓은 촌로의 이마에 새겨진 주름을 닮았고, 주름을 새겨놓고 흘러간 시간의 흐름도 닮았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그의 칼 끝에 소소(蕭蕭)한 바람이 순간 멈추었다가도 다시 불어온다.

  사이. 그 사이에, 바람과 바람의 무늬 사이에 좁은 틈이 있다.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다락논이다. 바람 아래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층층이 배열된 다락논들. 산의 형세를 따라 논을 일구고, 낟알을 거둬 생명을 기른 인간들의 삶의 현장이다. 다락논은 논을 일군 사람들의 주름진 시간, 바람의 무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래를 향한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다락논의 물도 위에서 아래로, 마을을 한순간에 쓸어버리는 거센 물길도 아니면서 논배미를 돌고 돌아 마른 논을 적시고 자연스럽게 다시 바람처럼, 시간처럼, 촌로의 삶처럼 흐른다. 다락논은 물처럼,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역사처럼, 바람처럼, 흐른다.

  그의 목판그림은 자연과 인간, 과거와 미래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자 하는 그만의 존재 방식이다. 또한 예술 형식과 삶을 변증적으로 지양하여 ‘바람’과‘흙’으로 빚어내는 표표한 이미지의 덩어리인 것이다.

    2007년 4월 교사 김순호


 
흙주름 / 35×20cm / Acrylic, engrave / Wood


 
바람이 있는 풍경 / 13×35cm / Acrylic, engrave / Wood


 어울림 / 35×26cm / Acrylic, engrave / Wood

 

 

참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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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대안공간 눈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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