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리뷰 <젊은이의 勝利> 노영미-이대범의 대화

                                                                                           이대범 | 독립기획

이대범 : ‘젊은이의 병’이라는 제목이 매력적이다. 병명을 알 수 없지만, 삶을 좌지우지하는 이 병으로 인해 ‘청춘’들이 왠지 모를 무력감과 상실감 그리고 주변을 서서이게 하는 것 같다.

 

노영미 : 전시 이후 친구들과 1950년대 문학 작품을 만화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당시에 읽었던 이 책들이 지금의 나의 감성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침전된 시기가 찾아오면 1950년대 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 문학 작품보다 감정적으로 1950년대 문학 작품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중 화자들도 그렇고 작가들도 그렇고 지금 나의 나이와 비슷하다. 당시 ‘고뇌하는 청춘’이라는 시각에서 쓴 글을 지금 여기서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에 대한 모색이다. 청춘의 고단함, 사람, 일상이 문학작품에 녹아 있어서 현재의 나를 보는 지표로 이것을 선택했다.

 

이대범 : 1950년대 문학작품의 극중 화자와 작가가 비슷한 나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물리적 나이이고, 당시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하면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염두하고 책 작업이 진행되는 것인가?

 

노영미 : 사실 지금은 ‘어른’이 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일 걸린다.하지만 물리적 나이의 유사성으로 말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범 : 다양한 인간상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 역시 문학 작품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1950년대 소설은 해방, 한국전쟁에 대한 피상적 생각이 실제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준다. 이 때 현재의 삶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보게 된다. 그 당시의 감수성과 감정이 지금의 나의 주변 삶과 교차하면서 폭발한다.

 

노영미 : 역사적 관점에서 당시를 봐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살면서도 공감이 된다.

 

이대범 : 나의 질문은 역사적 맥락의 이해가 아니라 사건에서 삶을 다루는 것이 소설인데, 지금에는 그 사건이 존재하지 않지만, 사회와 마주하는 어떤 태도가 반영되고 추출되고 관심이 갔기에 당시의 이야기하 현재의 삶과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건을 제외하고 이 시대의 어떤 관점이 그 소설에 시선을 멈추게 했는지 궁금하다.

 

노영미 : 함께 진행하는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윤동주의 시에서 시작했다. 커다란 사건 없이 힘들 때가 많다. 그것에 대한 이유를 말하면 너무나 우스운 이야기가 된다. 생존 자체가 중요한 사람들과 비교해서는 아무 일도 아니기에 더 괴롭다. 결국 내가 앓는 이유를 알지만 그 비루한 것들이 나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사실이 힘들다.

 

이대범 : 이 질문은 1950년대라는 특정 시대를 거론하고 있기에 물어본 것이다. 현재의 문학작품보다 1950년대 문학작품에 주목한다고 했지만, 현재 문학작품 역시 노영미 작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그것을 소설에 반영하고자 한다. 해방 이후에 상실감에서 어느 정도 회복 하지만, 여전히 남는 상실감. 이것이 당대 작가들에게 반영되는 것 같다. 현재를 둘러보아도 여전히 풍요롭다. 그러나 여전히 상실감과 결핍으로 시대가 규정된다.

 

노영미 : 2008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이민 사회에 성공한 사람들을 봤다. 그들은 고생을 하면서도 부와 명예를 얻었다. 그러나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피곤해 보이고 술이 들어가면 넋두리가 끊이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그들은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성공, 승리라는 것이 진짜로 존재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이대범 : 그것은 미국 이민 사회 뿐만 아리나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압축적 근대화의 과정에서 앞만 보고 달렸던 세대는 자신의 성공으로 규정하려 했지만, 1997년 IMF를 지나면서 극단의 좌절을 맛본다. 그리고 피로감에 쌓여 있다. 어쩌면 어느 누구보다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노영미 : 무엇을 이루기 위해 기회비용을 치루지만, 상처가 치유가 되지 않고 도달한 성공처럼 보인다. 시대가 세대를 괴물로 만드는 것 같다. 이러한 세대감각이 나를 비롯한 세대에서도 되풀이 된다. 나 역시도 성공을 원하면서 그 굴레에 있다. 이번 전시는 승리가 나쁘고 좋고가 아니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에 대한 단상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대범 : 무능한 가장에 대한 실패감이 본격화 된 것은 아마도 1997년 IMF 때문 일 것이다. 성공에서 극단적인 실패에 도달하면서 삶에 대한 넋두리가 많아진다. 성공을 위해서만 달려 왔던 사람들이고 그러다가 지금 세대에게는 ‘성공/경쟁’이 지상 최대의 가치로 삶의 지표로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자기계발서가 많아지고, 사회가 성공과 경쟁을 부추긴다.

 

노영미 : 학부에서 전공이 무역학과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들을 보면 현재 취업해서 일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은 정말 자기계발서가 요구하는 삶을 산다. 많은 사람들이 최면에 걸려 살아가는 것 같다. 이 삶에서 조금만 뒤쳐지면 ‘루저’라고 쉽게 생각한다.

이대범 : 수업 때, ‘청춘’을 다루는 영화를 보여준 적이 있다. <낮술>이라는 영화에는 서성거리는 주체가 등장한다. 욕망이 좌절되고, 지연되면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서성거린다. 현실과 환상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영화들은 현실과 환상의 거리를 좁히면서 ‘청춘’을 낭만적인 용어로 호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면을 고려한다면 <낮술>은 의미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고려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이유 없는 반항>, <맨발의 청춘>, <고양이를 부탁해> 등 서성이는 청춘의 모습은 역사적으로 반복된다. 즉 청춘이 서성거린다는 서사는 뻔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서사가 호출되는 시스템의 방식, 그것들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그런면에서 서성인다, 아프다, 고뇌한다는 사실 보다는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게 했는가. 이러한 감정이 왜 시대적 언어로 대두되었는가가 중요하다. ‘청춘’을 작업에서 다룬다면 이 지점의 언급을 회피해서는 않된다. 전시장에서 작업을 볼 때 이러한 생각을 했다. 어떤 감정 상태인지 알고 공감이 되지만, 이러한 것이 불쑥 등장한 것이 아니라 전 사회를 걸쳐 호출되고 있다면, 여기서 왜 이러한 문제가 야기되었는지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 일 수도 있고,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적 시스템에 의해서일 수도 있다. 사회가 우리에게 원하는 이상적 인간형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영미 : 그 어느 시대 보다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 직접적 원인보다는 그 모습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왜 심해졌는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대범 : 분명 이번 전시 주제가 지금 느끼는 특수한 감정이지만, 이것이 시대적 감정으로 곳곳에서 도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왜 이런 것들이 요구되었고, 그것에 왜 괴로워 했는지이다.

 

노영미 :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얼마 전에 제주도에서 신화를 가지고 신화를 재해석 하는 작업을 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트로피를 만들었는데, 정작 전시에서는 선보이지 못했다. 제주도에서 이것을 가지고 가서 땅에 묻었다. 이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신화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신화의 영향력이 현대에 와서는 현저히 약해졌다. 절대적 가치가 줄어들면서 좀 더 성공한 사람을 절대적 가치로 세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문제는 좀 더 생각해 봐야 겠다.

 

이대범 : 이번 전시가 첫 번째 개인전이었는데, 마친 소감이 어떤지.

 

노영미 : 한 공간에 내 작업만 있던 것이 처음이라서 좋았다. 공간을 꾸미는 것이 재미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있지만, 이 문제는 차츰 보완해야 한다. 사회적 맥락에서 지금의 주제를 봐야 할 듯하다. 이번 전시를 하면서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나는 사람 자체가 믹스 미디어이다. 친구가 이번 전시를 보고 한 공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거 아니냐고 했다. 몇 개의 주제를 분화하여 다른 공간에서 하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작가가 특정 미디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작업이 되는 작가들도 있다. 나는 그런 구애를 받지 않는다. 책 작업이 끝나고 나서 이번 작업을 심화해서 풀어낼 생각이다. 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를 하나씩 재구성해보는 작업이다. 나에게 닥친 미술의 문제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추적해보고자 한다.

 

이대범 : 다음 개인전은 시간을 두고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 놓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한 가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오히려 작가의 생명을 단축하는 계기가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에 대해서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내 삶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가 있었으면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한계 상황을 ‘인정’하고 그 지점에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고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