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인생

                                                                                           박영택 | 경기대학교 교수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을 흔히 펫pet이라고 부른다. 서구에서는 오랫동안 애완동물을 가족과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사실 애완동물이란 현대인의 생활양식이 낳은 문화의 일종이다. 그것은 현대 사회의 인간소외, 즉 현대인의 고독을 반영한다. 핵가족화가 일반화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애완동물을 찾는 현대인은 늘고 있다. 1만 년 전 구석기 시대 유적에서는 사람과 개가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이 발굴되었는데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애완동물이 우리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개와 고양이는 그러한 애완동물 중 가장 대표적인 존재다. 아마도 우리 인간은 역사의 대부분을 사냥꾼과 채집자로 살아왔기에 애완동물에 대한 감정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는 생각이다. 그런가하면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던 가축, 동물들은 인간의 존재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근대 이전은 동물이란 존재가 신적인 존재 내지는 인간 존재가 지닌 능력을 초월하는 존재 혹은 인간 존재를 비추거나 반성시키는 거울이 되는 등 다양한 차원에서 거론되었다.

반면 근대 이후 동물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삶에서, 문화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었다. 동물과의 친연적(親緣的) 관계는 증발되고 기계적이고 실용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진다.

그 틈에 애완동물이 등장한다. 그것 역시 인간이 동물, 가축을 다루는 또 다른 문화가 되었다.

김정인의 작품이 진열된 전시장에서 무수한 개들을 보았다. 실제 개가 아니라 개의 형상을 빌은 이미지들이다. 종이에 연필 드로잉으로 그려진 개의 형상과 입체로 마든 작은 개 인형이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그 개들은 마치 ‘인간’인 냥 의인화되어 무리를 짓고 다니거나 집, 건물 주변을 배회하는가 하면 나란히 줄을 지어 서있거나 높고 긴 의자에 오르려고 방황하는 등의 여러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다.

흰 몸통에 검은 머리를 지닌 개의 형상, 캐릭터가 유머스럽고 귀엽다. 일종의 캐릭터 화 된 개 이미지다. 그 개의 형상과 더불어 동반되는 것은 의자, 벤치, 집, 깃발, 배 등이다. 분명 인간을 은유화 하고 있는 이 의인화된 개들은 동시대 현실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물적인 속성과 양태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이른바 풍자적 성격이 강하게 감지되는 그림, 작업이다.

개를 빌어 인간 삶을 조소하거나 반영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는 개를 빌어 인간의 여러 상황이나 삶을 은유화해 왔는데 예를 들어 ‘개 같은 인간’이나 ‘개만도 못한 사람’, 혹은 ‘개새끼’ 등의 욕설은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흔하게 쓰인다. 탐욕스럽거나 무분별한 존재, 또는 본능적인 것만을 채우려는 무리 등을 일컫는다. 작가의 전시제목이자 주제어이기도 한 ‘개 같은 인생’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비참하고 더럽고 추한 삶을 은유한다. 그러나 그것은 동물을 다분히 인간중심적 사유 속에서 애해 하는 시도다. 그럼에도 동물은 인간존재를 은유하고 풍자하는데 빈번히 거론된다.

김정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개들은 가면과도 같은 검은 머리와 가늘게 찢어진 눈,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 발톱을 지닌 존재로 등장해서 모종의 상황을 연출한다. 작은 이미지들은 커다란 화면에 흩어져서 유심히 들여다보게 한다. 종이의 피부에 근접으로 밀착된 시선은 그 작은 이미지들을 주의 깊게 더듬어본다. 연필이란 단일하고 기본적인 재료만으로도 밀도 높은 드로잉과 흥미로운 그림/오브제를 펼쳐놓고 있다, 단순한 캐릭터와 단조로울 수 있는 이미지를 다양한 매체와 공간연출, 그리고 묵직한 주제의식 아래 거느리고 있다.

“만화 형식으로 풍자와 유머를 통해, 이 사회에 적응하는 인간 군상이 속살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가면 속 개들은 서로 잘 소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에 따라 어떤 자리에 서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정해진 룰과 따르지 못하면, 불편한 감정과 싸워야 한다. 남달라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렇지 못한 평범함 사이에서 혼란스럽다.”(작가노트)

결국 화면 속에 등장하는 검은 머리의 개들은 저마다 획일적인 가면, 얼굴을 들고 주어진 세속적 삶에서 무수한 타자들과 생활해야 하는 불편한 현대인, 작가 자신의 삶을 반영한다. 작가 자신이 살면서 부딪힌 모든 상황에 대한 단상을 개를 빌어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고 공간에 설치하고 있다. 풍자화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인간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심리적, 사회적 양상을 이미지화하는 작가의 작업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이고 그에 대한 미술적 형상화작업으로서 즉물적인 서술과는 다른 고도의 풍자 정신을 상당히 감각적으로, 소박하지만 매력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