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적 치유...

                                                                               현수정

대안공간 눈 제 2 전시실을 들어서는 순간, 동화 속 그 한 장면이 펼쳐진다. 차가운 화이트 큐브 공간에는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저 마다 표정을 지으며 살아 숨 쉬는 듯 보인다. 모두 오은주의 작품이다.

오은주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에 의하여 수집되거나 만들어졌던 수공예 소재인 패브릭 천 조각, 그리고 털실을 이용하여 인형작업을 하고 있다. 직물로 짜여진 인형들과 뜨개질을 이용한 작은 오브제들은 다양한 색과 질감으로 되어 있으며 바느질, 매듭, 아플리케 등의 실과 천에서 오는 소재의 특성으로 따뜻함과 온화함이 배어나온다. 주인공인 인형들은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상징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인형들이 작가 경험을 통한 기억을 모티브로 이것에 상상을 더하여 탄생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바늘뜨기와 뜨개질, 바느질 작업 등을 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작업은 신체 동작의 반복과 일정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요하게 된다. 오은주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일종의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바늘과 실을 통한 일련의 반복적인 작업을 통하여, 어느 순간 모든 걱정과 근심 그리고 고통을 잊고 무념무상의 상태가 될 수 있었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오은주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인간애에서 나온다. 그녀는 주변의 타인들이 겪었던 슬픔과 절망, 인간으로써의 불가항력적인 고통 (그것이 죽음이나 병,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한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감정이입 하였다. 타인들이 겪었던 혹은 현재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하여, 자신이 그들을 도울 수 없다는 자괴감과 자책감의 해소를 뜨개질 작업으로 연결시켰고, 고통을 가진 이의 주변인으로써의 “ 그 당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 는 사실은 작가 스스로에게 무기력감과 불안감으로 또 다른 고통으로 증폭되었는데, 그와 같은 감정을 인형에 투영시킴으로써 예술적으로 표현하였다.

“ 미술은 약과 같아서 치유 할 수 있다 ” 고 말한 데미안 허스트(Damien Steven Hirst)의 말과 같이, 오은주의 뜨개질과 그 산물로써의 인형 작업은 타인과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이다.

오은주의 인형 만들기 작업은 작가 자체의 자가 치유인 동시에 그녀의 가까운 주변인들 (여성)들의 아픔을 나누는 일종의 종교 의식과도 같다. 그녀는 현재까지의 머릿속에 잠재된 기억, 그리고 그 순간의 기억에서 떠오르는 어떠한 잠재된 고통에 대하여 뜨개질 작업을 통하여 무아의 경지에 이룸으로써 잊거나, 혹은 반대로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기억 떠올리기를 반복 재생한다. 그리고 그 때 마다의 단편적 기억을 작품 속에 투영 시킨다. 이것은 흡사 루이스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 가 손바느질 작업을 통하여 자신의 상처와 고통에 대한 치유 과정으로써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도 흡사하다. 루이스 브루주아는 바느질에 대하여 이것은, 신체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하여 고통을 느꼈던 상태를 기억해내고, 그것을 봉합하는 치유라는 의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여자들은 모두 바늘을 사용하였다.

나는 항상 바늘에 대하여, 바늘의 마법에 대하여 흥미를 갖고 있었다.

바늘은 췌손된 것을 치유하는데 쓰이는데, 이는 용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

루이스 부르주아

오은주는 주변인, 특히 그들은 여성들로, 그들이 겪는 고통들을 함께 끌어안고 나눔으로써 의미화 하고, 그 결과물로 인형 작업을 시작하였다. 인형 작업은 일상적인 것 이상으로, 작가 자신과 타인의 삶의 고통을 치유하는 도구이자, 창작활동의 원동력이다.

이와 같은 인형이 전시되는 공간은, 텍스트 없는 이미지로만 구성된 곳으로, 작가 자신의 기억이 다시 재현 되어지는 공간이다. 인형들은 콜라주 혹은 회화적인 배경 안에서 현실이 아닌 작가가 만들어낸 환타지 안에 다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관람자는 현실 세계에서의 어떠한 불편감이나 불안감 따위는 잊고, 순수한 동심의 동화 속 한 장면 안에 몰입하면서 평온감을 찾을 수 있다. 전시장 안은 어떠한 음성이나 나래이션이 없지만, 누구든지 ‘인형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쉽게 동화될 수 있다.

오은주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녀의 작업은 인내의 작업이다. 뜨개질을 통하여 인형을 만드는 과정은 일종의 의식과도 같다. 작가는 한 작업 한 작업이 가족과 지인들이 시름과 병의 고통에서 편안해지기를 기도하는 헌사와 소망의 사연들 이였다고 기술한다.

동화 속의 저주는 현실에서는 가까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병이라 생각되었습니다.손뜨개를 집중하면서 지친 마음의 쉼과 위안이 되는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되고, 또 위안이 필요한 가족과 지인들에게로 향한 염원이 한코한코 모티프에 담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뜬 모티프들을 모아 꼴라주로 붙여 작업을 하면서그들의 시름과 고통에서 편안해지를 기도하며 헌사하는 마음을 담았기에한작업 한작업 마다 사연들이 있습니다.네가 잠시나마 이렇게 꿈에서라도 편안 하기를...

오은주의 작가노트 중에서 ...

뜨개질을 통한 인형 작업을 통하여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염원 한다. 인형 하나하나를 만들면서 반복적인 손동작을 통하여 한 곳에 집중하며 기억 속 사랑하는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재생하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스스로 치유되고, 타인을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