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현정의 <呪文을 걸다> 展

일시 ; 2013, 11, 22, 금 - 12, 5, 목
장소 ; 대안공간 눈 1 전시실
작가와의 만남 ; 2013, 11, 23, 토,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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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 이선영(미술평론가)

  작가 노트

모든 것은 모든 것 안에 있다.

있는 것은 있는 것 그대로일까.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 그대로인가.

이런 의문과 함께 ‘있는 것’과 ‘보이는 것’ 그대로의 존재성에 딴지를 걸기 위해 시작된 나의 작업들은 어느새 썩 낯설면서 때로는 오히려 낯선 가운데 익숙해져 보이는 풍경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적어도 한동안 작품에 녹아 들어간 나의 눈에는 살(肉)의 이미지와 그 위에 돋아나는 식물(植物)의 존재가 낯선 듯 익숙한 듯 비춰지고 있다. 풀이나 이끼 같은 식물은 알게 모르게 우리와 무척 가까운 존재들 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꽃송이에만 머물던 눈길이 언제부턴가 흔해빠진 풀이나 잡초, 이끼에게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그들은 번식력도 강하고, 너무 흔해서 외면당하기 일쑤이나 가만 들여다보면 그 생생하고도 유연한 생명력과 몸짓을 자랑스레 갖추고 있다. 어지러이 자라난 한 포기의 풀과, 갖은 색들의 회합처럼 보이는 이끼, 그들의 익명성은 오히려 뭇 생명력의 대변자로서 손색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식물은 그 이미지를 그릴 때조차 자신의 순함과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듯 여겨진다. 풀 한 가닥을 정성스레 그리다 보면 나의 마음도 조금은 풀의 마음을 닮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더러는 작업의 진행방향이 나의 생각을 이끌어 주는 때가 있기도 하다. 작업의 시작은 살과 식물이라는 낯선 결합을 통해 ‘모호한 역설’과 ‘은유적 풍경’을 유도해 내어 보여지는 각각의 존재성을 의심해 보기 위함이었지만, 요사이의 작품에서는 은유적 장치로서 역할했던 이끼와 풀, 그것들의 존재성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치열해 보이지 않아도 치열한 것들.

중심이 아닌 풀과 이끼….

자연에서는 꽃과 나무, 열매가 주인공인 듯 여겨지며, 그 주변에 흔하게 산재해 있는 풀이나 이끼는 눈여겨 보게 되지를 않는다. 문득 예쁘게 핀 꽃송이보다는 보도블록의 좁은 틈새를 안타깝게 뚫고 자라나는 한 포기의 풀과 있는 듯 없는 듯해도 초록의 여러 변주인 양 보이는 완벽한 형태의 작은 이끼가 시선을 잡아끈다. 그들의 존재가 마냥 기특하기만 하다. 중심보다는 주변부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의 소외된 존재에 더 호감이 가고 아끼는 마음이 써지는 것인지? 이끼와 풀은 모든 중심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들이며, 소리없는 존재들이며 스스로 화려하지 않음이다. 조용조용 존재하는 것들이며 요란떨지 않는 자연의 또 다른 주인이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보다 이들의 생명력과 번식력은 맹렬하고 세다.

나의 상상적 은유는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조용한 익명의 존재들의 부지런하고 치열한 움직임을 격려해주고, 그런 이끼 자체의 존재성을 드러내고자 초록의 이끼만을 커다란 원형의 형태로 놓아 본다. 또, 단단한 돌의 틈새에 연약한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풀의 가닥을 그려 보기도 한다. 이들의 연약하면서도 강렬한 생명력의 표현은 상처를 수습하려는 은유적 방법이기도 하다. 풀, 돌, 이끼들이 만나 버무려내는 여러 이야기들. 그러면서 ‘풀처럼 난처럼’ 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시(詩)를 짓느라 얼굴이 많이 상하기 보다는, 시(詩) 자체가 되기를 바라는 작업의 과정.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풀과 이끼를 통해 맑은 시심(詩心)을 지켜갈 수 있기를 희망하는 ‘주문(呪文)걸기’의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마치 세수한 뒤의 맹글맹글한 맨얼굴처럼, 깨끗한 맨얼굴의 인상을 느끼게 하고 싶다.

몇 년 작업을 쉬는 사이 안으로 안으로 쌓여지는 게 있었나보다. 그런 꺼리가 있으면 작품으로 편하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억지로 끄집어내려 용쓰지 않아도, 또 너무 다듬고 정리하려 하지 않아도 작품이 되어 주는 자연스럽고 순한 경우가 생긴다. 아마 그러기까지는 ‘발효와 숙성’의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할 테지만.

2012. 10.


무제(Untitled)  Acrylic on Canvas  130x130  2011


주문(呪文)  Acrylic on Canvas  (30x30x4.5)x2  2012


주문(呪文)  Acrylic on Canvas  117 x 91  2003~4 (1)


주문(呪文)  Acrylic on Canvas  117 x 91  2003~4 (2)


주문(呪文)  Acrylic on Canvas 117 x 91  2003~4 (3)

 작가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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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대안공간 눈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문의 ; 대안공간 눈(031-244-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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