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윤의 <무지개의 끝 -Rainbow's End>
일시 ; 2014, 3, 07, 금 - 3, 20, 목
장소 ; 대안공간 눈 1 전시실
작가와의 만남 ; 2014, 3, 08, 토,  4시

   작가노트

  
 이주여성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은 그들이 지난날의 한국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인종, 문화, 시대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던 우리들의 어머니의 삶과 매우 닮아 있다. 마치 과거 한국의 어머니가 이주여성으로 변장을 하고서 오늘날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어린 아이였던 시절로 돌아가, 우리 엄마를 보듯 이주여성을 바라본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습에는 내 어머니의 삶이 녹아 있다. 어쩌면, 그림 속에 그려진 이주여성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엄마를 불쌍히 여긴 내 기억이 만들어낸 왜곡된 상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나는 다문화사회로 접어드는 모습을 쉽사리 목격할 수 있었다. 어릴 때 우리 동네에는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할머니가 참 많았는데, 어느 즈음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이 늘어나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 익숙한 공간에 외국인이 있는 모습은 어린 촌놈인 나에게 꽤나 낯설었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이상한 풍경이었다. 내 작업은 이러한 묘한 경험에서부터 비롯한다. 농촌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주여성의 삶을 다루기로 한 것이다. 농촌이라는 배경과 이주여성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다문화사회의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재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주여성의 삶이 시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지난날 한국 어머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특별히 주목한 것은 희생으로 대변되는 모성과 이에 대비되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부재라는 점이다. 남편이나 아버지의 부재는 시대상황이 다르지만, 과거 한국의 가정에서 있었고 현재 다문화가정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내 그림에서 이주여성 혼자 또는 아기와 함께 쓸쓸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 광경은 내가 기억하는 한국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제와 내용을 표현하기 위해 고려한 점은 크게 2가지로, 조선향토색의 활용과 시선의 처리이다. 어릴 때 경험했던 낯설면서도 익숙한 분위기를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서 황소, 초가집,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 등을 그렸던 향토색 짙은 근대 작품들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이와 같은 소재들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이국취미에 부합했던 것들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한국적인 풍경을 제시한 측면도 있다. 나는 조선향토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역이용하거나 비판적으로 수용해, 지금의 시대와 사람들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상을 담고자 했다.

조선향토색을 이용하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바로 나의 시선이다. 그림 속 이주여성과 나와의 거리이기도 한 이 시선은 애매모호하다. 이 말은 내가 이주여성을 관찰하는 입장이지만, 엄밀한 관찰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 이유는 이주여성을 향한 나의 시선이 어린 내가 불쌍하다고 느꼈던 우리 엄마를 바라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혼동을 한다.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주여성이 내 어머니인지, 혼혈인 아이와 태아가 나인지, 그 장면이 기억인지 현실인지, 과거인지 현재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그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겨울빛, 한지에 아크릴 채색, 109×144cm, 2014


먼동, 한지에 아크릴 채색, 96×144cm, 2013


과수원길, 한지에 아크릴채색, 118×144cm, 2013


배웅, 한지에 아크릴 채색, 101×143cm, 2013


매화골 부부, 한지에 아크릴 채색, 101×143cm, 2013


순찰, 한지에 아크릴채색, 114×144cm, 2013
 

 작가 경력

  전병윤 ;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미학과 졸업 및 서울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자세히 보기

본 전시는 대안공간 눈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문의 ; 대안공간 눈(031-244-4519 / 010-4710-4519)
442-180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  3/2
www.spacenoon.co.kr
메일 ; spacen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