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은의 < 호황프로젝트 >
 
일시 ; 2014, 7, 11, 금 - 7, 24, 목
장소 ; 대안공간 눈 1 전시실
작가와의 만남 ; 2014, 7, 12, 토,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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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노트

 영원하고 무한한 긍정의 유토피아는 실재인가 허상인가. 유토피아를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허상이라 전제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하는 욕망의 자아를 발견한다.

견고한 배를 타고 이정표를 따라 유토피아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동시에 배와 이정표에 의지해도 되는지 유토피아라는 목적지가 존재하고는 있는지. 어쩌면 해무가 짙게 낀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불안감이 든다.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토피아를 향한 욕망은 여전히 선명하게 꿈틀거린다. 그것이 맹목일지라도 무언가를 욕망하고 행하기를 멈추지 않기에 스러지지 않고 삶이 지속되는 듯하다.

경기 불황을 걱정하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속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호황’을 기다린다. 만인이 호황을 영원히 누릴 수는 없는 것일까. 이번 전시 <호황 프로젝트>는 표면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이들이 영원한 호황을 맞이하는 ‘경제적 유토피아’ 성취를 목적으로 두고 있으나 실상은 유토피아로 가는 '수행(修行)적 여정'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이다. '경제적 유토피아'를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허상이라 이미 결론지은 상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호황이라는 목적은 애초에 부재했다. 목적 부재에 따른 불안감을 극복하고자 호황을 향한 욕망과 수행으로 원래 목적의 빈자리를 대신 메우게 됐다.

최종 목적지인 경제적 유토피아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제적 유토피아를 이룩하는 것이 가능한지 막막한 중에 '풍수 인테리어' 관련 서적에서 단호하고 명확한 어조로 길을 안내하는 것을 발견했다. “금전운은 서쪽과 관계가 있다.” “ 발전운은 동쪽에서 관장한다.” 이러한 풍수와 부적, 사주 등을 미신으로 치부하면서도 은연중 신경이 쓰이고 그럴싸한 장대한 이론에 설득되어 현실에서 어떤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안을 찾을 수 없을 때 대체 방안으로 선택하여 신비하고 초월적인 사건이 일어나길 기대하곤 한다. 대체 방안이라도 있어야 불안을 위로받을 수 있지 않겠나.

나는 호황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에 도달하고 유지시킬 수 있도록 이끄는 수단으로써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부적과 풍수, 사주와 같은 동양의 전통 음양오행 사상에 따른 ‘미신’적 방법들을 동원하고 결합하여 보다 더 좋은 기운을 발생시키기 위한 수행을 했고 그 과정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 후 나의 수행에 의해 코스피 지수라는 객관적 지표에 호황을 암시하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막연한 경제적 유토피아를 꿈꾸는 맹목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호황 프로젝트>는 2014년 3월 19일, 길일 달력에 길일로 표기된 날 ‘발전을 위한 국화’ 부적을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부적의 핵심 재료인 붉은 경면주사를 곱게 갈아 안료를 만들어 부적지인 노란 귀황지 위에 풍수 인테리어 서적에 금전운 상승효과가 있다고 소개된 금잔화와 발전운 상승효과가 있다는 국화 이미지를 각각 12장 씩 그렸다. 책에서 금전운과 발전운에 관련된 일상의 사물들 중 꽃 이외의 다른 사물들도 언급되어 있지만 꽃 자체가 가진 긍정적 이미지가 기운 상승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여겨 부적의 소재로 선택했다. 그리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12라는 숫자가 우주의 질서와 완전함을 상징하기에 한 송이보다 12송이의 꽃 이미지가 있음으로 해서 금전운과 발전운이 더욱 온전해 질 것이라 생각했다. 부적을 완성한 후에 풍수에서 제시하는 적합한 방위에 따라 금잔화 부적을 가지고 한국 최서단인 백령도 두무진을 찾아가 서쪽의 금전운 상승 기운을 담았고, 국화 부적을 가지고 한국 최동단인 독도의 동도를 찾아가 동쪽의 발전운 상승 기운을 담았다. 기운을 받으러 떠나는 여정 중에는 금전운 부적에 물이 가진 금전운 상승 기운을 덧입히려 부적을 운무(雲霧)에 적시는 행위를 했고 발전운 부적 역시 부적에 숲이 가진 나무의 발전운 상승 기운을 보태기 위해 나무에 매달아 놓아 좋은 기운을 집대성시키려 했다. 상서로운 기운들을 모두 받은 후 각 부적은 작게 접어 기운을 받았던 장소 근처에 있는 바위 틈새에 숨겨두고 왔다. 부적이 최동단과 최서단에 배치되어 효험을 발휘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에 호황의 기운이 생성되고 있을 것이다. 실제 부적의 방위 개념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야기 되는 것이라 측지좌표에 관계없이 부적을 특정 방위를 향해 놓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나는 맹목적 행위를 부각시키고자 경도 좌표 상의 위치에 집착하여 수행에 가까운 여정을 떠난 것이다. 특정 방위에 가까울수록 기운이 강력해 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기운을 담은 날 역시 2014년의 ‘길일 달력’에서 길일로 표기된 날짜에 맞추어 좋은 기운을 촉진 시키고자 했다. 길일의 기운 때문이었는지 서해와 동해 모두 목적지에 가는 동안 파도가 잔잔했다.

2014년 3월 부적을 그리기 시작한 날을 기점으로 매일 코스피 주가 변동 지수를 체크하여 호황 프로젝트에 의한 현실에서의 경제 변화 추이를 객관적 수치로 피드백 받음으로써 ‘꽃부적’이라는 불분명한 수단과 ‘호황’이라는 불확실한 목적에 대비시켰다. 누구나 주가 지수가 영원히 오름세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지수가 오르기를 숙명처럼 기원한다. 이러한 묵직하고 강렬한 욕망에 의해 창조된 꽃부적의 신비로운 기운 혹은 유토피아의 존재 역시 무게감이 느껴지는 실재일 것만 같지만 허탈하게도 어느새 마음 한편에서는 허상일 뿐이라 단정 지어 버린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호황 프로젝트>의 모든 작품을 '허상성'이 강조되는 영상과 사진의 형식으로 제시했다.

호황을 위한 두 개의 부적이 효험을 발휘했는지 안했는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성에 위배된 맹목적 몸부림이 목적 부재가 야기하는 좌절감과 불안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의 한 모습이라는 것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부적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어 한다. 호황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어 한다.

  
 <금전을 위한 금잔화_12>, 귀황지 위에 경면주사, 186 * 248cm, 2014

 작가 경력

  신재은 ; 서울대학교 및 동대학원 조소과 졸업 자세히 보기

본 전시는 대안공간 눈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문의 ; 대안공간 눈(031-244-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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