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어주는 상상 동물원 이야기

손현선 개인전 ≪ZOO≫
대안공간 눈 제2전시실
2014년 9월 12일 - 25일

글. 최민아(2014 새싹이음 프로젝트 선정 신진평론가) 

 

  작가 손현선의 SERA ZOO를 구경하는 동안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가 스쳐갔다. 한 가족이 우연찮게 동물원을 사게 되고 동물과 좌충우돌 가족이 되어가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물론 작가 손현선과 영국의 실제 주인공 벤자민 미가 처한 환경은 다르다. 하지만 동물을 그리 내켜하지 않았던 작가가 딸 덕분에 동물과 함께 살게 되고 서서히 정들고 교감하면서 마음적 동화가 일었다는 점에서 공감을 읽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한다. “미쳤다 생각하고 20초만 용기를 내 봐, 상상도 못할 일이 펼쳐질 거야. 날 믿어”라고. 작가 손현선도 딸의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을 믿는 순간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왔다. 상상의 동물원을 손수 만들게 된 것이다. 작가는 동물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은 가족과 함께 동물원을 꾸미는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딸과의 많은 대화가 생겨났고 그 안에서 상상의 동물을 꿈꾸고 그리기 시작했다. 동물의 안식처이기도 한 사각 틀은 든든한 조력자인 남편의 손재주가 빛을 발했다. 바느질로 입체를 표현할 때 캔버스 역할을 하는 바탕의 천은 친정 엄마의 뛰어난 천연 염색 솜씨가 배어 있다. 가족이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동물원은 이내 친근한 정감으로 흠뻑 젖어들게 한다.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손현선의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평범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가치를 판타지적으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농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아리와 닭, 토끼, 고양이, 강아지를 비롯해 아이들이 좋아하고 귀여워 해 동화책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인 코끼리, 말, 다람쥐, 두더지 등도 보인다. 자유와 행복을 꿈꾸는 여러 동물들은 모두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향기로운 꽃을 피우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동심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샘솟게 한다.

  꿈, 희망, 이상향 …. 동경의 마음은 인간의 삶에 있어 커다란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순수의 사고를 일깨우게 하는 매개체가 많겠지만,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체인 동물은 특히 사람들과 자의든 타의든지 간에 유기적 관계를 맺고 가슴 찡한 울림을 전한다. 작가 손현선은 동물과 교감을 하면서 새삼 깨달은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보듬으며 동물들이 바라는 자유와 행복을 품어주고 상상의 나래 속으로 길을 열어주고 있다. 자칫 인간의 이기로 인해 마음에 새겨졌을 상흔도 치유해 주고픈 작가의 애틋함이 담겨 있다. 또 하나 눈에 띠는 것은 동물들이 머리에 코에 등에 종이배 SEWOL을 얹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이 빚은 참혹하고 참담한 비극을 우리들의 꿈속 동물들과 만남으로 위로하고자 한 작가의 배려가 고맙기도 했다.

  무엇보다 특색 있는 치유적 콘셉트는 손현선의 뛰어난 컬러 감각이다. 꽃, 나무, 동물, 새, 사물들이 각자 다채로운 색의 옷을 입고 자연의 유쾌함을 표현하면서 몸과 마음에 건강하고 건전한 에너지를 북돋우고 있다. 한편으로는 형태와 글자, 구도와 화려한 진채색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고 우리네 소박한 삶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민화의 포스트모더니즘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민화의 무속적이거나 벽사와 같은 의미를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다지만, 가상의 동물 이미지나 몽환적 환경 속 인간과 동물을 통해 길흉화복을 내심 빌고 있다는 점에서는 민화의 현대적 감성도 엿볼 수 있다.

  칸트는 가상의 연극을 자유롭게 구성하는 것을 ‘미학적 쾌감’이라 했다. 어쩌면 예술적인 심오한 해석은 사실상 손현선의 동물원 여행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잠시 상상의 동물원을 조용히 산책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동심의 추상적인 시선으로 동물과 사물을 의인화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을 시적으로 풀어 차가운 현실과 대비되는 따뜻한 몽상을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손현선 역시 자유로운 상상으로 다양한 동물원 형상들을 재구성하며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색적인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랄 것이다.

본 전시는 예술공간 봄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문의 ; 예술공간 봄(031-244-4519)
442-180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76-1(북수동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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