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 버린 감정들

홍근영 개인전 ≪변화된 기후≫
대안공간 눈 제2전시실
2014년 10월 10일-23일

글. 한유진          

 

  홍근영의 작업은 얼굴표정이 삭제되어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마네킹과 같은 인물들이 나열되어 있다. 각각의 인물들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 동작들을 취하고 있지만 인간의 표정이 배제된 인물에게선 재한적인 감성만이 읽힐 뿐이다.

  인간에게 있어 얼굴이란 나 자체, 내 모든 것을 나타내는 계면(界面)이다. 얼굴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나,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말한다. 이러한 얼굴에 특수성에 관해 레비나스는 “얼굴을 통해서 존재는 더 이상 그것의 형식에 갇혀 있지 않고 우리 자신 앞에 나타난다. 얼굴은 열려 있고 깊이를 얻으며, 이 열려있음을 통하여 개인적으로 자신을 보여준다. 얼굴은 존재가 그것의 동일성 속에서 스스로를 나타내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환원할 수 없는 방식이다.”1)라고 말했다. 이러한 얼굴은 스스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 자체로 유일성을 지닌다. 이것이 얼굴의 본질적인 성질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타자와 소통한다.

  얼굴을 통한 소통, 이것은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통한 소통을 의미하며, 이 감정은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홍근영의 작업에는 이 얼굴이 사라진 인간들이 알 수 없는 몸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가는 이렇게 삭제된 얼굴을 통해 사라져버린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음을 말한다. 감정의 소멸과 이를 대변하는 몸짓들, 방관자적 태도, 냉소어린 시선과 같은 차가움을 말이다.

  작가는 이렇게 삭제된 감정들로 작업을 하게 된 이유에 관해 주관적인 개인의 문제 및 사회적 이슈에도 무감각해진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를 ‘방관자’적 태도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방관자란 단어는 차갑고 무거운 단어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어떠한 일에도 직접 나서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는 존재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생각은 과연 방관자적 태도가 홍근영 작가만의 이야기일까? 라는 것이다. 현재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벅차다.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고 이 고민도 계속하다 보면 자신의 일에 관해서도 무감각해진다. 즉 내 일에 관해서도 초연해지고 무표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타인의 문제, 타인 사고에 진심으로 분노하고 끊임없이 공감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정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잊어버린, 삭막하고 메마른 감정을 지닌 상태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삭제된 감정의 위험성에 관해 지적하며,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기이하게 변형된 신체의 인간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그렇게 위험한 것인가? 달리 해석해보면, 인간에게 감정은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인간은 감정이란 마음의 움직임 때문에 기쁨도 느끼지만 고통과 슬픔도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정을 못 느끼는 상태는 오히려 좋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감정이란 것에 관해 고민하면 할수록 작가가 말하는 삭제된 감정이 왜 위험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잃어버린 감정은 어느 방식이로든 잠재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무(無)감정이란 것은 진짜로 사라진 것이 아니고 우리의 내면에 깊숙이 잠들어버린 상태라는 판단이 선다. 깊숙한 곳에서 숨 쉬고 있는 잠재된 감정, 이 감정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언제든 다시 깰 준비를 하고 있으므로 작가가 말하는 시한폭탄 같은 ‘골치덩어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시한폭탄이 과연 터지는 순간이 올지는 의문이다. 이 세상은 그림 속의 인간들처럼 삭제된 감정에 익숙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니까.

 

1) 강영안, 「타인의 얼굴(레비나스의 철학)」, 문학과 지성사, 2005, 148쪽.

본 전시는 예술공간 봄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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