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희 개인전 ≪자희's World≫
대안공간 눈 제2전시실
2014년 10월 24일-11월 6일

글. 이채영(2014 새싹이음 프로젝트 선정 신진평론가)  

 

  <자히's World>展에서 손자희가 선보이는 26점 가량의 작품들은 모두 자신을 모티프로 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히’s World는 작가 손자희가 만들어낸 또 다른 모습의 자희들이 살고 있는 세계다.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그녀의 작업을 ‘자아’와 ‘복제’라는 큰 화두를 가지고 들여다보고자한다.

“조각을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작품,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겉모습의 자히’s 이미지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며,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세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 작가와의 인터뷰 中

  작가 손자희의 관심은 ‘나 다움을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녀는 나 다움의 표현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녀의 손을 거친 자히's의 화려한 메이크업과 개성 강한 옷차림, 과장된 몸짓은 대중문화와 대량생산된 이미지로 대표되는 핀업걸(pin-up girl)에서 차용된 것이다. 핀업걸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작된 자히's는 블링블링 자히스, 친절한 자히스, 미의 기준 자히스, 포스 자히스와 같은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자신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일종의 페르소나(persona)라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히스를 거듭 복제하는 과정은 현실의 내가 가지고 있는 욕망, 이루지 못한 이상을 대신 실현시킬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화려한 타투가 장식된 <친절한 자히스>는 현실의 자희에게는 불가능했던 행위를 가능하게 만든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표현방식을 토대로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작가는 자히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재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히스의 반짝이고 매끄러운 표면은 인공적인 느낌을 강하게 제공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자히's World>展의 실내는 마치 소비를 목적으로 대량생산된 상품이 진열된 쇼윈도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해보면, 일률적으로 복제되어 보이던 자히스가 모두 다른 표정을 짓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반복과 복제의 과정을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유일성과 원본성을 함께 다루어 의도적으로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해낸다.

“무수히 많은 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복제품들로부터 둘러싸인 전시 공간을 만든다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자히's World>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작가와의 인터뷰 中

  작가의 복제품으로 가득 찬 전시공간은 관람객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장소가 될까? 실재하는 인물의 복제품들 속에 둘러싸인다는 것은 누군가의 감시 없이 자유롭게 타인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지하여야할 점은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즉 타인에 대한 관찰이 역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시선을 내부로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히's World를 방문한 관람객은 실재의 손자희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그녀의 작품을 매개로 타인과 자신에 대한 관찰을 통해 상호작용을 꾀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작가의 행위만으로도 예술이 될 수 있었고, 때로는 소리가 작품이 되어 우리를 찾아왔다. 점점 더 감각적이거나 강렬한 표피적인 경험이 강조되는 오늘날의 현대미술에 비해, 손자희의 자히's World는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타인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곧 자기정체성에 대한 확인임을 깨닫게 하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손자희작가의 작품을 통한 예술적 경험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본 전시는 예술공간 봄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문의 ; 예술공간 봄(031-244-4519)
442-180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76-1(북수동 231-3)
www.spacenoon.co.kr
메일 ; spacen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