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의 불안을 간직한 문명 고양이의 완생(完生)을 기다리며...

황희정 개인전 ≪civilization cat
대안공간 눈 제2전시실
2014년 12월 5일 - 18일

글. 이미경          

 

  길가 어딘가에 놓여 있는 헝겊 인형 고양이와 이리저리 각을 없앤 고양이를 덮고 있는 종이 박스의 변형된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서 ‘길고양이와 종이 박스’가 가지는 ‘노숙자’라는 진부함이 스치고, 머리로 읽혀지는 익숙한 메타포가 얼마만큼이나 가슴으로 전이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갤러리 눈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했기에 난방에 어려움이 많으며, 잠시 머무는 동안 손이 시리고 추웠다. 난로 하나에 의지한 온기는 마치 전시장인지 바깥인지 구분을 힘들게 하면서 고양이와 박스로 만든 집은 노숙자와 노숙자들이 사용하는 박스의 상징임을 금세 떠올릴 수 있었다.

  여기 저기 산만하게 흩어진 고양이와 박스 형태의 집들은 언뜻 장난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세히 고양이를 살펴보면 흰색의 큰 고양이와 작은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생김새는 어딘지 유전자 조작이 가해진 듯 변형된 모습으로 여기 저기 움츠려 있다.

  황희정 작가의 관심은 친구에게 전해들은 어미와 새끼 고양이의 죽음에 대한 현장을 직접 보면서 시작 되었다고 했다.

  고양이와 쓰레기가 쌓인 장소를 관찰하면서 작가는 그러한 공간과 상황의 불안이 마치 우리 사회의 소외된 노숙인을 떠올리게 하였고 그러한 불안에서 자신 또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황 작가의 작업세계를 엿보기 위해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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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bject>(2012)..작업의 물질과 그것을 마주하고 있는 ‘나’로부터 생겨났다...작업실에 널브러져 있는 색들은 이론과 개념을 잊게 만들고 그리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 시켜주었다.

<회복에 대한 편린>(2012).. 집 주변의 공사들이 어머니의 병원 입원기간과 겹쳐지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그곳들의 손상, 상처 등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충격은 어머니를 감싸고 있는 각종 의료장비들을 보는 것이었다.

<migrate 이동>(2014).. 어느 곳에 가도 수많은 이유로 인해 에너지들은 이동하며 흔적을 남긴다...여러 에너지들의 충돌은 생존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에너지 이동경로는 네트워크를 이뤄내며 하나의 길로 다지게 된다...이동을 통해 시작된 길은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으며 이 길을 통해 미지의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외부세력의 침입이 두렵거나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사회는 길을 열 수가 없다.

이동은 또 하나의 지혜이며 우리들의 생존방식이다... - 작업 노트 중-

  황 작가의 작업의 시작점은 ‘작업실에 널브러진 물감’의 흔적과 방향을 관찰하면서 시작되었으며, 그렇게 작업을 고민하던 무렵 어머니의 입원을 통해 그녀는 의료장비로 얽힌 줄들의 옥죄여오는 불안을 느꼈고 손상, 상처들과 겹쳐지는 불안과 두려움을 내포한 ‘편린片鱗’을 집 근처 실제 버려진 공사장으로 침투하여 자신의 작업을 설치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뿜어져 나오는 열기, 에너지의 외적 발산의 의지를 작업화 했던 것이다.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다급함과 날 것의 감각적 표현이 느껴졌다.

  작업실 물감의 흔적으로부터 어머니를 거쳐 회복을 위한 편린으로의 물질적 확장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녀 스스로 부산의 ‘오픈스페이스 배Openspace Bae’와 청주의 ‘매개 공간 이드Art Space id’ 레지던시를 통해 작가의 몸이 직접 이동하면서 만들어 내는 에너지를 <이동, migrate>으로 작업화하면서 ‘이동’이라는 생존방식이자 작업방식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2014년 작가의 이동의 마지막 정류장으로 ‘대안공간 눈’에서 <문명 고양이, Civilization Cat Project>로 임시적 머무름을 선택하였다.
  우연히 접한 길고양이의 죽음에서 시작된 관심은 ‘불안과 소외’라는 에너지를 감지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의 갈 곳 없이 떠도는 길고양이에게 노숙자와 작가 자신을 투영하면서 그녀가 만든 오브제를 들고 다시 사회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작가는 오브제를 실제로 거리에 설치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과 교류하고 반응하는 양태를 보면서 영상작업 또한 하고 싶다고 했다.

  황 작가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 에너지 등을 다양한 작업의 형태로 시도하는 과정이 현재는 의미가 있으며, 가벼운 시도들과 사람들과의 작업을 통한 교감을 느끼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이러한 작업적 시도들이 중요하기에 이번 ‘대안공간 눈’에서의 전시는 어쩌면 ‘문명 고양이’의 완성이기 보다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아직은 작가의 불안이나 노숙자의 불안과 소외를 전시장에서 온전히 느끼기엔 무리가 있었다. 불안의 완전한 투영이 아니라 작가가 가진 고양이라는 동물과, 노숙자라는 타자를 대할 때 가지게 되는 존재의 거리감이 전해지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기 보다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래서 조금은 건조한 시선으로 ‘문명고양이와 박스로 만든 집’을 보게 된다.

  과정과 시도에 의미를 두는 작업에서 완성도를 느끼기 보다는 어쩌면 무심히 지나쳤을지 모르는 작업적 실마리나 숨어 있는 조각을 찾듯 불완전한 작업 앞에서 주저하기도, 머뭇거리기도, 눈을 가늘게 뜨기도, 혹은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면서 뭔가를 찾으려 한다.
  이번 문명 고양이는 분명 불완전하지만 전시라는 결단을 통해 임시적 시도의 맺음을 행함으로써 다음 단계로 넘어 갈 수 있지 않을까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숙함, 미완성을 넘어서기 위해 더 깊은 고민과 성찰, 내적 수렴이 필요하다는 진부한 말을 건네기에 오히려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예술은 때론 미숙한 수많은 시도들과 거침없음을 통해 배태(胚胎)되기에 너무 어깨에 힘을 주면 우리는 어떤 시도도 변화도 꿈꾸지 못한 채 그저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술적 시도들은 때론 그 불완전한 시도로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시도에 대한 허용과 편애를 우리는 넓게 확장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벼운 시도에 대한 변덕 또한 심해서 이게 작품이냐 아니냐, 예술이냐 아니냐로 확장되기 시작하면 진짜냐 가짜냐의 진실공방으로 까지 번지기도 한다. 황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는 아직 끝이 아니며 앞으로 영상작업과 함께 계속 프로젝트를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 했다.

  황 작가의 시도들이 계속되기를, 그러한 시도들과 고민들이 깊어져서 자신만의 작업 언어를 가지게 되기를, 그리곤 어느 순간 나를 압도해 버리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느끼고, 읽고, 비평하는 과정은 마치 기 싸움과도 같다.

  ‘대안공간 눈’의 신진평론가 공모를 통해 황희정 작가와 인연을 맺은 나 또한 끊임없는 배움과 숙성과 깨어짐이 필요한 평론가일 뿐이다.

相思夢 상사몽 - 황진이 黃眞伊 -

相思相見只憑夢(상사상견지빙몽)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儂訪歡時歡訪儂(농방환시환방농)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 왔네

願使遙遙他夜夢(원사요요타야몽)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일시동작로중봉)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예술이라는 꿈길에서 어쩌면 우리는 상사몽처럼 꿈같이 어긋나고 만나고 헤어지는 길 위의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본 전시는 예술공간 봄에서 기획하였으며,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없습니다.

문의 ; 예술공간 봄(031-244-4519)
442-180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76-1(북수동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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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 spacenoon@hanmail.net